사진=성신여대 전경. 사진=성신여대 제공.
A 교수는 지난 2019년 ‘수발 갑질’로 논란이 됐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A 교수는 ‘수발 매뉴얼’에 따라 조교들에게 과일을 종류별로 개수를 맞춰 깎아 놓을 것을 요구하는 등 사적인 일을 시키는 소위 ‘갑질’을 일삼았고, 이에 더해 비전공 조교에게 전공과목 서술형 시험지를 대리로 채점하게 한 의혹을 받았다.
해당 매뉴얼은 전임 조교가 후임자를 위해 작성한 9쪽짜리 인수인계 파일로, 교수가 즐겨 마시는 사과차를 우리는 방법부터 ‘껍질 벗긴 오렌지 반쪽’, ‘사과 1/3쪽’, ‘배 1/4쪽’, ‘저지방 우유 사오기’ 같은 교수 시중 사항이 세세히 담겨 있었다.
후임 조교는 A 교수에게 매뉴얼을 전달받았다고 했지만, A 교수는 이를 부인하고 대리 채점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논란은 A 교수에 대한 성신여대 내부감사로 이어졌다. A 교수는 현재 성신여대 모 학과 전임교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A 교수가 자신의 ‘갑질 논란’을 보도한 기사들에 악플을 달면서 발생한다. A 교수가 자신과 친동생, 제 3자의 아이디를 동원해 해당 기사들에 비방성 허위 댓글은 단 것이다. 그는 ‘엄한 사람 잡지 말고 범법자 좀 잡으세요’, ‘성신여대는 대리강의 십 년째하는 교수들도 있다는데’, ‘같은과 대리강의한 교수들이 박사논문 하나 심사할 때마다 한 명당 500만 원씩 현금을 받는다. 박사학위 따려면 차 한 대값 2500만 원씩 듭니다. 이게 진정한 갑질’ 등의 댓글을 달았다.
A 교수가 댓글에서 지적한 ‘대리강의 교수들’은 같은 대학 같은 과 교수들로, 대리강의 의혹으로 징계를 받았다가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위법 징계’라는 판단 아래 징계 처분이 취소된 이력이 있었다. 이에 해당 교수들과 전 조교 등은 “A 교수가 자신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희석시키고자 우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1단독 신현일 부장판사는 B 교수 등이 A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B 교수 등이 청구한 각 700만 원의 위자료 중 500만 원만 인정했고, 해당 댓글에 적시된 ‘대리강의 교수들’ 외 원고들에 대해선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 부장판사는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돼야 한다”며 “반드시 사람의 성명이나 단체의 명칭을 명시하는 정도로 특정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표현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볼 때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이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 교수들에 대한 대리강의로 인한 징계 사실은 성신여대 교직원과 학생들 사이에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이 A 교수의 댓글을 보면 그것이 이들을 지목하는 것임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고 판시했다.
신 부장판사는 전임 조교 등 나머지 원고들에 대해선 “매년 박사학위 취득자는 3~4명, 석사 학위 취득자는 8~10명에 이를 뿐만 아니라 지도교수가 누구인지를 쉽게 알 수 있는 사정도 없어 원고들이 피해자로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http://news.v.daum.net/v/20211102185546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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