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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 글쟁이가 쓰는 오징어 게임 작가에 대한 후기(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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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귓방맹 조회702회 댓글0건 작성일21-11-04 03:59본문
들어가기에 앞서 제목처럼 저는 삼류 글쟁이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게임 시나리오도 쓰고 잡다하게 평생 이야기를 주절거리며 살아왔네요.
창작자의 의도를 예상하는 건 직업병과도 같은 거라서
저는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 자체가 아닌 '왜 이런 글(이야기)을 쓴 걸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인 주저리니,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비난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말이 작가의 오피셜도 아니고 제 생각일 뿐이니까요.
생각이 다름을 두고 서로 차이점을 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지만.
서로 옳고 그름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고역이 됩니다.
오징어 게임은 데스 게임 장르를 표방한 군상극입니다.
여기서 일단 일차적으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죠?
보통 데스 게임은 주인공이 자신만의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을 기반으로 게임들의 파훼법을 찾아 헤쳐나가는 게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 '성기훈'은 전혀 그런 캐릭터가 아닙니다.
머리도 그다지 좋지 않고 특출한 능력도 없죠.
그리고 대부분의 게임에서 운으로 살아남습니다.
보통, 이런 장르는 데스 게임이 메인이고 군상극은 그 데스 게임의 변수를 만들고
긴장감을 조성하는 장치로 사용되지만, 오징어 게임은 아닙니다.
즉, 데스 게임보다는 군상극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거의 극단적으로 말이죠.
게임이 주는 원초적인 쾌감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저는 계속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군상극에 치중한 것은
분명하게 작가가 의도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 중엔 여러 사회 체제와 철학을 상징하는 캐릭터들이 나옵니다.
외국인 노동자, 조직폭력배, 부모를 살해한 염세주의자, 사기꾼, 화이트 컬러 소시오패스 등등.
어떻게 보면 아주 평면적인, 클리셰 가득한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들입니다.
군상극이기에 전부 어디서 본듯한 캐릭터 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내 친구이고 아는 지인이고 나를 괴롭혔던 어릴 적 누군가니까요.
이 부분에서 식상함을 이야기하면 정말 끝도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작가는 그런 '평범하지만 평범해 보이지는 않는' 그들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남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조명하죠.
결정적으로 한국에서 지옥의 삶을 사는 탈북민이 여주인공으로 나오며 작가의 의도에 방점을 찍습니다.
'나는 한국 사회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다룰 거야.'
그리고 뒤로 갈수록 메시지는 선명해지죠.
저런 등장인물들 그리고 평범한 소시민, 아니 서민 이하 천민의 삶을 사는 주인공을 내세우면서
인간에 대한 믿음 하나만으로 정글 같은 세상(데스 게임)에서 살아남는 건
'돈도 체제도 아닌 인간성 그 자체'라는 극단적인 인간 예찬이 느껴졌습니다.
아마 이쯤에서 작가는 호불호가 갈릴 거라는 걸 알았을 겁니다.
저도 가끔 캐릭터를 조형하고 이야기에 넣을 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얘는... 이야기를 늘어지게 하고 분명 재미없게 만들 텐데... 그래도 넣을까? 말까?'
하지만, 작가는 아마 감수했을 겁니다.
계속 캐릭터 하나하나의 삶을 조명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작가가 메시지를 전하는데 변태처럼 집요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대중은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고찰하는 걸 싫어합니다.
그렇기에 '거장' 칭호를 받는 창작자들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창작물을 만들죠.
메시지를 억지로 넣거나 이해할 수 없도록 비틀면 싫어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감수성은 모두 제각각이기에 호불호는 강해집니다.
제 기준에 오징어 게임은 변태적이긴 해도 억지로 메시지를 주입하는 드라마는 아니었습니다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무리한 캐릭터와 무리한 장면은 포함된 드라마였습니다.
몇몇 장면을 꼽아 보자면.
"너처럼 어린놈이 왜?"
중간 뽑기 게임에서 주최 측 간부의 가면을 벗긴 남성이 아주 뜬금없이 한 말이었죠.
전 이 장면에서 메시지를 주기 위해 억지로 대사를 넣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MZ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패배자 장년층.
살아남기 위해 기성세대를 억압하고 죽일 수 밖에 없는 신 세대.
모두가 살기 위해 플레이어가 될 수 밖에 없는 잔혹한 데스 게임(인생사)을
표현하려 억지로 저런 대사를 넣은 건가? 싶었죠.
그리고 VIP의 존재와 오징어 게임을 기획한 것이 억만장자 캐릭터라는 점에서
진부함이 극에 달하기도 했습니다만.
메시지를 구겨 넣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9화는 메시지를 폭력적으로 보여주며 나름 잘 쌓아올린 이야기를 다 붕괴시킬 뻔하기도 합니다.
'다시 보며 작가의 의도를 오밀조밀 느껴보고 싶다.' 할 정도로 감동을 받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저 피 튀기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오락 영상물에서 그친 게 아니라는 생각에
드라마를 보고 한참을 내용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나름의 여운과 배울 점을 느끼기도 했고요.
어찌 됐든
'이건 호불호가 꽤 크겠다'하는 생각은 확실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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