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만든 주인공이 올해 ‘6‧
25
전쟁영웅’으로 되살아났다.
국가보훈처는 고인이 된 레너드 라루(
1914~2001
) 미국 선장을
12
월 이달의 전쟁영웅으로 선정했다.
1950
년
12
월
22
일 밤 흥남부두. 살을 에는 한겨울 바닷바람 속에 부두를 가득 메운 피난민은 모두 초조한 모습이었다.
항구에는
7600t
화물선 매러디스 빅토리호가 군수물자 수송을 위해 정박하고 있었다.
정원
60
명에 승조원
47
명이 탑승했고 남은 자리는
13
명이었다.
2020
년
12
월 전쟁영웅 레너드 라루 선장 포스터. [사진 국가보훈처]
국군과 유엔군은 당시
38
선을 넘어 북진했지만 중공군 개입과 매서운 추위로 전황이 불리해져 배편으로 철수하는 흥남철수작전을 계획했다.
12
월
15
일부터
12
월
24
일까지 군인과 피난민, 군수물자를 선박을 통해 이남 지역으로 철수하는 계획이었지만 군인과 피난민을 태우기에는 선박이 턱없이 부족했다.
35
세 레너드 라루는 당시 흥남철수작전에 선장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라루 선장은 부두에 떼를 지은 피난민의 처참한 광경을 내려다보다 마침내 용단을 내린다.
“배에 실려 있는 무기와 물자는 모두 버려라.”
피난민을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승조원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피난민을 태울 수 있는 데까지 태워 보자! 가급적 많이.”
레너드 라루의 선장과 수사(오른쪽) 시절 모습. [사진 가톨릭 대구대교구]
선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피난민이 배에 오르기 시작했다.
군수품을 싣기로 했던 화물칸은 피난민으로 가득했고 갑판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피난민도 자신의 짐을 하나씩 바다에 버리며 더 많은 사람이 탑승할 수 있도록 도왔다.
탑승은
16
시간이나 이어졌다.
긴 탑승 끝에 매러디스 빅토리호는 무려 정원의
230
배나 되는 1만
4000
여 명을 태웠다.
마침내 배는 흥남항을 출발했다.
바다에 잠긴 기뢰 수천 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빅토리호는 멈추지 않고 항해를 시작했다.
추위와 굶주림, 그리고 공포 속에서 목숨을 건 항해가 3일간 이어졌다.
배 안에서는 운항 중 놀랍게도 5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절망 속에서 새 생명이 피어난 것이다.
1950
년
12
월
25
일 크리스마스. 승선자 1만
4005
명은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거제도 장승포항에 도착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었다.
매러디스 빅토리호는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한 기적의 배로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레너드 라루 선장은
1955
년 흥남철수작전 공로로 을지무공훈장을 받았다.
레너드 라루의 선장과 수사 시절. [사진 가톨릭 대구대교구]
라루 선장은 이후 삶도 신앙 안에 머물렀다. 수도자의 길을 걸었다.
그는 전쟁 피난민을 구출하고 4년이 지나
1954
년 성 베네딕도 수도회에 입회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소속인 미국 뉴저지주 수도원으로 들어가 마리너스 수사가 된 것이다.
그는 그곳에서 수도 생활에 정진하다가
2001
년
87
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마리너스 수사는 생전에 이렇게 회고했다.
“어떻게 그렇게 작은 배가
1950
년 그렇게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한 사람도 잃지 않고 그 끝없는 위험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제겐 그해 크리스마스에 황량하고 차가운 한국의 바다 위에 하느님의 손길이 우리 배의 키를 잡고 계셨다는 명확한 메시지가 다가옵니다.”
흥남철수작전 기념비. [사진
Asfreeas
on
Wikimedia
Commons
]
거제도포로수용소기념공원에는 인도주의 작전의 뜻을 기억하는 흥남철수작전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3&oid=025&aid=000306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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